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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571] 왜 태권도를 ‘호신술(護身術)’이라 말할까

2021-12-05 10:34

국기원에서 실시하는 태권도 호신술 지도자 교육 모습. [국기원 제공]
국기원에서 실시하는 태권도 호신술 지도자 교육 모습. [국기원 제공]
오래 전 호신술(護身術)은 일정한 형태를 가진 무술(武術)인 줄 알았다. 격투기의 일환으로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 상대 공격과 폭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기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무술 유단자들만이 갖는 별도의 무술로 생각했다. 태권도, 유도 등 무술은 일정한 룰을 가진 스포츠이다. 하지만 호신술은 살상 기술로 일정한 룰을 갖지 않는다. 힘이 약한 사람이 위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익히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호신술이라는 말은 조선왕조실록을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 일본식 한자어이다. ‘도울 호(護)’, ‘몸 신(身)’, ‘재주 술(術)’자가 합성된 단어로 자기의 몸을 보호하기 위한 무술이라는 뜻이다. 영어로는 ‘self-defense martial art’라고 번역해 부른다. 무술에서 호신술이라는 개념은 유도 등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19세기 말 등장한 유도는 일찍이 호신술로 많이 활용됐다. 유도의 최초 도장인 일본 강도관은 남자는 물론 여자 보호를 위해 일상 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경우를 가정해 만들어진 호신법을 배우도록 했다.

일본 무술의 영향을 받은 초창기 태권도 사범들은 호신술을 태권도에 접목하는 수련생들에게 소개했다. 한국 언론에서 태권도를 호신술로 본격적으로 소개한 기사는 1967년 12월3일자게 실렸다. ‘30년만에 일본에서 귀국한 ‘태권왕’ 최영의씨의 지상공개 숙녀의 호신술‘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였다. 당시 기사는 숙녀의 호신술로 태권도를 소개하며 ’여성의 사회진출이 많을수록,또 개방될수록 폭력의 위험도 아울러 커진다.그러기에 유럽이나 일본에서는 현대를사는 여성의 지혜로서 간단한 호신술(護身術)이 붐을이루고 있다‘며 태권도의 세계 1인자 최영의 8단으로부터 배우는 호신술 기본동작 몇 가지를 소개했다.

태권도가 세계화된 종목으로 자리잡으면서 호신술은 태권도의 장점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2019년 국기원 발행 ‘태권도 용어사전’에 따르면 태권도 호신술은 태권도 기술로 몸을 보호하기 위한 수련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태권도 기술을 활용하여 위협적인 상대방ㅇ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기 위한 수련 방법이라는 것이다. 다양한 위기 상황에서 가장 합리적인 방법으로 상대방을 제압하고 자기 몸을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고 한다.

손자병법에서 ‘백번 싸워 이기는 것은 최선 중의 최선이 아니고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 최선 중에서 최선’이라고 말한다. 호신술은 실전적으로 싸워 이기는 것보다 싸움을 가급적 막아 심각한 피해를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래 전 미국에서 태권도 도장을 운영하는 사범이 권총을 든 강도와 맞싸우다 총에 맞아 치명상을 당했다는 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이처럼 태권도 실력을 믿고 총기에 대항하는 것은 호신술이라고 할 수 없다. 호신술은 위험을 만나지 않는 것이 최상이며 만약 위험에 봉착할 경우 가급적 피해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위험에 대해 저항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도 어떤 의미에서는 호신술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호신술이라는 명칭 자체가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한 기술인만큼 실제적으론 상당한 난이도를 갖는다. 태권도에서 고도로 훈련된 전문가가 위험 상황에서 결정적인 호신술을 발휘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군 특수부대나 경호원들이 여러 보호장구를 갖추고 있는데도 간혹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기도 한다. 그만큼 몸을 지키는 호신이 어렵다는 것을 반증한다.

호신술은 일정한 틀이 없다. 상대와 상황에 따라 달라 다양한 방법의 기술이 필요하다. 한 손으로 단순히 밀어 내거나 넘어뜨리는 것에서부터 전문적인 기술로 상대의 급소를 가격하는 등 고난이도의 기술 등이 있다. 중국 병법 36계략에서처럼 도망가는 것이 최고의 호신술일 수 있다. 상대와 싸움을 붙지 않고 상황에 따라 도망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할 때 쓰는 방법이다. 하지만 세상 일은 그리 생각 먹은대로 되지 않는다. 태권도 호신술이 현대 사회에서 주목받는 것은 이런 테크닉과 마음의 자세를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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