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즌 초 한화는 마무리 자리에 주현상을 배치했으나, 3경기 평균자책점 20.25라는 처참한 성적에 김경문 감독은 신속히 지휘봉을 휘둘렀다. 잠재력을 인정받던 김서현(21)에게 팀의 중추적 역할을 맡긴 것이다.
전문 불펜으로 자리매김한 지난 시즌, 김서현은 37경기에서 1승 2패 10홀드 평균자책점 3.76의 준수한 성적을 거두었다. 어린 나이지만 그의 구위는 리그 최고 마무리들인 김택연(두산)이나 박영현(KT)과 견줄 정도로 강렬하다.
김서현의 트레이드마크는 단연 폭발적인 구속이다. 한 이닝에 집중 투구하는 마무리 특성상, 그는 주저 없이 157~158km 강속구를 뿌려댄다. 지난 3월 29일 KIA전에서 통산 두 번째 세이브를 획득했는데, 당시 3연투 상황에서도 구속 저하 없이 상대를 제압했다.
한화의 4연속 패배로 등판 기회가 제한됐던 김서현은 5일 삼성전에서 가치를 증명했다. 7회까지 1-5로 뒤진 경기에서 그의 등판은 요원해 보였으나, 8-9회 극적인 역전극 후 맞이한 9회말, 완벽한 세이브를 기록했다. 이재현에게 157km, 구자욱에게 156km 강속구를 선사하며 세 타자를 가볍게 처리했다.

전문 마무리로서 첫발을 내디딘 김서현은 앞으로 다양한 고난과 시련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새롭게 개장한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팀의 미래를 짊어질 핵심 자원이라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다.
그의 성공 방정식에서 핵심 변수는 타선의 지원이다. 5일 삼성전 전까지 한화는 팀 타율 0.173의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아무리 유능한 마무리도 승리를 지킬 기회가 없다면 존재감을 드러낼 수 없다. 삼성전에서 보여준 타선의 폭발력이 지속된다면, 김서현의 활약 무대도 더욱 확장될 전망이다.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어린 나이에 등장해 장기간 팀의 마무리를 담당한 선수들은 많지 않다. 김서현이 한화의 10년 미래를 책임질 인물로 성장할 수 있을지, 그의 여정이 이제 막 시작됐다.
[진병두 마니아타임즈 기자/maniarepo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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