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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377] 승마에서 왜 ‘구보’라는 말을 사용할까

2025-03-13 09:30

2024 파리 올림픽에 출전한 황영식과 델몬테[연합뉴스 자료사진]
2024 파리 올림픽에 출전한 황영식과 델몬테[연합뉴스 자료사진]
표준 국어를 사용하라고 권유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익숙한 것이라 잘 고쳐지지 않는 말들이 있다. 군대에서 많이 쓰는 말인 ‘구보’도 그 중 하나이다. 1997년 문화체육부 고시령으로 ‘구보’ 대신 순화된 우리말인 ‘뜀걸음’으로 쓰라고 되어 있지만 아직도 고쳐지지 않고 있다.

‘구보(驅步)’는 원래 일본어 한자이다. ‘몰 구(驅)’와 ‘걸음 보(步)’의 합성어로 뛰어간다는 뜻이다. 인터넷 조선왕조실록에서 ‘구보’라는 말을 검색해보면 당연히 나오지 않는다. 이 말은 일본의 영향으로 일제강점기 때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에 따르면 동아일보 1922년 11월2일자 ‘第三回全朝鮮野球大會所感(제삼회전조선야구대회소감) (十(십))’ 기사에 ‘야구 연습을 할 때는 구보로 운동장을 일주하시오’라고 전했다.

체육학대사전에 의하면 구보는 말 보법 동작으로도 사용한다. 승마에서 말이 하는 모든 동작의 기본은 평보, 속보, 구보, 습보 이 네 가지다. 말을 탄 기승자들은 말이 다리를 움직이는 연속동작을 이해하고 느껴야 자신의 몸을 거기 맞춤으로써 균형을 잡고 기술을 개선하기 위한 조교가 가능하다. (본 코너 1351회 ‘왜 ‘승마(乘馬)’라고 말할까‘ 참조)

평보는 말이 네 발을 제각각 움직이기 때문에 네 박자 걸음이다. 말발굽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네 개의 별도의 박자가 들린다. 속보는 두 박자 걸음이다. 말은 대각선 방향의 다리로 차오른다. 속보에 귀를 기울이면 땅을 디딜 때마다 발굽 소리가 두 번 밖에 안 들린다. 대각선 방향의 다리 쌍에서 다른 쌍으로 차오를 때 잠깐 휴지기가 있다. 훌륭한 기승자는 이 잠깐의 휴지기를 이용하여 도약력을 강화함으로써 특히 마장마술에서 말의 성과를 더 높인다.

구보는 세 박자 걸음으로, 보폭을 내디딜 때마다 세 박자의 발굽소리가 들린다. 네 발이 모두 땅 위에 떠 있을 때 잠깐 휴지기가 있다가 같은 패턴이 반복된다.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말은 코너를 돌 때 앞발 중의 하나로 리드를 해야 한다. 우측 방향으로 코너를 돌 때는 오른쪽 앞발로 리딩을 한다. 일단 말이 땅을 딛는 순서를 파악하면 사실은 오른쪽 앞발이 동작에서 마지막으로 움직이는 발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겉으로 보기에는 우측 방향으로 돌 때는 우측 앞다리가 리드하는 것으로 보여야 하며, 좌측 방향으로 돌 때는 좌측 앞다리가 리드한다.

습보는 말이 코끝에서 꼬리까지 몸 전체를 확장하는 네 박자 걸음이다. 발걸음 순서는 가까운 뒷다리, 먼 뒷다리, 가까운 앞다리, 먼 앞다리 순이다. 평보 역시 네 박자이기 때문에, 평보를 잘하는 말은 습보를 역시 잘한다고 말한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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