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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376] ‘와이어투와이어’ ‘다운투와이어’가 경마에서 나온 이유

2025-03-12 07:32

 경마 대회 모습
경마 대회 모습
‘와이어투와이어(wire to wire)’는 어떤 경쟁에서든 처음부터 끝까지 1위를 유지하며 승리하는 것을 의미하는 표현이다. ‘다운투와이어(down to wire)’는 ‘최후 순간까지, 기한(마감)이 다가와, 자금이 바닥이 나서’란 뜻이다. 결승선을 앞두고 혼전(混戰) 상태라 누가 1등을 할지 모르는 예측불허의 상황을 가리키는 말이다. (본 코너 37회 ‘‘와이어 투 와이어(wire to wire)’란 말의 ’와이어‘는 무슨 뜻일까’ 참조)

두 표현은 모두 경마에서 나왔다. 지금은 와이어가 아닌 전자시스템을 통해 순위를 가리고 있지만, 과거 경마장에서 출발선과 결승선에는 철선으로 된 와이어(wire) 이용한 표시가 있었다. 경마는 철사를 끊고 나가는 출발선에서부터 시작해 결승선에 설치된 철선을 끊는 것으로 경기믈 마쳤다. 따라서 ‘와이어투와이어’는 출발선과 결승선에 설치된 철선을 가장 먼저 끊는 것을 의미했으며, ‘다운투와이어’는 마지막 철선을 끊는 것을 뜻하는 표현이었다.

이 표현들은 19세기 후반, 경마가 본격적으로 대중들의 인기를 누릴 때 등장했다. 미국 언론 등은 주로 경마, 복싱, 레슬링 등 레저형 스포츠를 보도했다. 산업혁명으로 인해 산업화, 도시화가 이루어지며 문맹률이 낮아지고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많은 신문들이 등장했다. 1829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스포츠신문인 ‘아메리칸 터프 레지스터 앤 스포팅 매거진’은 당시 가장 인기있는 경마를 주로 보도했다. 1844년 전기 통신이 발명되면서 빠른 보도가 가능해져 경마의 인기는 더욱 폭발적으로 높아졌다. 이 때 경마를 보도하면서 처음으로 등장한 말이 와이어라고 미국 인터넷 백과사전은 설명한다. 두 표현은 이 때 등장했던 것이다.

‘와이어투와이어’는 이후 야구, 농구, 골프, 자동차 경주 등 다양한 스포츠에서 경기 시작부터 끝까지 선두를 유지하는 승리를 뜻하는 표현으로 널리 쓰였다. 야구에서는 정규시즌 개막일부터 마지막 경기까지 1위를 유지하며 우승하는 경우 "와이어투와이어 챔피언"이라고 부른다. 미국 프로야구에서 1923년 뉴욕 자이언츠, 1927년 뉴욕 양키스, 1955년 브루클린 다저스, 1984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1990년 신시내티 로즈, 1997년 볼티모어 오리올즈, 1998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2001년 시애틀 매리너스, 2003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2005년 시카고 화이트 삭스 등이 ‘와이어투와이어’ 챔피언에 올랐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2022년 SSG 랜더스가 이 영예를 차지했다. 골프에서는 첫 라운드부터 마지막 라운드까지 선두를 유지한 선수의 우승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쓴다.


‘다운투어와이어’는 야구에서 마지막 까지 승부를 예측할 수 없을 때 주로 쓴다. 9호말 투아웃, 투스타라이트 쓰리볼 상황에서도 홈런 한 방이나 결승타로 역전이 가능할 때 이 말을 사용할 수 있다.

예전에 미국언론에서 주한미군 역할을 얘기할 때 ‘tripwire(인계철선)’라는 용어를 자주 썼다. 여기서 trip은 "실족(失足), 발이 걸려 넘어지다"는 뜻이다. 곧 tripwire는 전선(戰線)에서 침입해 오는 적들이 건드리면 폭발물이나 조명탄·신호탄 등을 터뜨려 적을 살상하거나 적의 침입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철선을 말한다. 이게 비유적으로 해외에 주둔하는 미군 역할과 관련해 쓰이기 시작했는데, 해외 파병 미군이 미국의 전면 개입과 연결되는 인계철선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미가 됐다. 처음엔 베를린에 주둔한 미군, 이어 유럽 전역에 배치된 미군과 관련해 쓰이다가, 한동안 주로 주한미군과 관련해 많이 쓰이고 있다. 이제는 미 2사단이 한강 이남으로 이동하면서 ‘인계철선’이라는 말은 쓰지 않는다.

인터넷 시대 이전, 한국의 연합뉴스와 미국 AP 통신 등 주요 뉴스 통신사는 텔레타이프를 통해 기사전재 계약을 한 신문과 방송사 등에 기사를 보내 주던 때가 있었다. 이때 기자들은 “와이어 종이 뜯어와봐”, “와이어에 특별한 기사 나온 거 없니” 등으로 주로 뉴스와 관련해 와이어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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