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일본어 ‘와자아리( 技有り)’자체는 반이 아니라 ‘기술이 있음’이라는 뜻이다. ‘한판의 반을 준다’는 ‘절반’과는 뜻에서 차이가 있다. 하지만 유도 규칙상 ‘와자아리’ 두 개를 따내면 한판과 같이 승리하기 때문에 우리말로 ‘절반’이라고 했던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유도 용어를 종주국 언어인 일본어를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우리말로 번역해 사용하고 있다. 절반, 한판이라는 말도 오래전부터 써왔다. 이 말이 처음 등장한 건 일제강점기 때이다. 사실 ‘절반’이라는 한자어도 일본에서 사용하는 말이다. 하지만 일본 유도에서 이 말을 쓰지 않았다. 한국에서 유도 용어로 ‘절반’이라는 말을 언제부터 사용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국내 유도인들이 일본어 느낌이 강한 ‘와자아리’ 보다는 우리나라에서도 쓰는 한자어 ‘절반’을 채택해 유도 용어의 ‘왜색(倭色)’을 줄이려 한 것이 아니었을까 추정된다.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에 따르면 조선일보 1933년 9월13일자 ‘청년회주최(靑年會主催)·본사후원(本社後援) 제오회전조선단체유도(第五囘全朝鮮團體柔道)’ 기사에 유도 규정사항등을 소개하면서 ‘승빈(勝貧)는『단판(單判)』(일본(一本))으로로만 정(定)하고『절반(折半)』(기유(技有))는일인(一人)에 한(限)하야유효(有効)함 만약쌍방대장(萬若雙方大將) 이『븨임』이될때에는 쌍방(雙方)에 서대표일명식(代表一名式) 선발(選拔)하야비양(比兩) 저(著)로 승부(勝負)를결(决)할때까지 시(試) 합(合)케하되일합(一合)의시간(時間)은 칠분(七分) 간(間)으로함. 본대회심판용어(本大會審判用語)는하(下)와여(如)함 『메여치기』『누르기』『조르 기』『꺽기』『한판』『절반』 『빅임』『좀잇스면빅임』『고만』『고만』’라고 전했다. 지금 쓰고 있는 유도 우리말이 당시 유도 대회를 전하는 기사에 등장했음을 확인하게 해준다.
유도 경기 규정은 그동안 자주 바뀌었다. 과거 한판-절반-유효-효과로 세분화되어 있던 기술 성공 판정이 2009년부터 효과가 없어졌고, 2017년부터는 한판과 절반으로 단순화됐다. 또한 연장전의 경우 과거에는 제한시간 동안만 경기한 후 점수 안 나면 판정에 의해 승패가 갈렸지만, 이제는 누군가 기술을 성공시키거나 지도패를 당할 때까지 시간제한 없이 계속되는 ‘끝장 승부’로 바뀌었다. 당초 국제유도연맹(IJF)는 절반은 여러 번 해도 경기가 끝나지 않고 오직 한판만 경기를 끝낼 수 있도록 한다고 발표했다가 2018년 1월부터 절반 두 개면 승리로 인정하기로 했다.
절반은 한판의 기세에 못 미치게 상대를 메쳐 상대의 등 전체가 닿지 않거나, 상대를 메쳤을 때 측면이나 어깨부터 땅에 닿거나, 상대방을 바닥에서 구르게 해 등이 닿거나, 상대의 등이 바닥에 닿은 상태로 10~19초 동안 누르고 있으면 선언된다. 경기가 끝날 때까지 한판이 나오지 않았다면 절반 유무로 판정한다. 주심이 절반을 선언할 때는 한 팔을 가로로 수평이 되게 든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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