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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246] ‘유능제강(柔能制剛)’이 어떻게 유도 기본 정신이 됐을까

2024-10-25 06:47

유도는 몸집이 작은 선수라도 기술로 몸집이 큰 선수를 제압하는 묘미가 있는 격투기 종목이다. 사진은 국내 국제유도대회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유도는 몸집이 작은 선수라도 기술로 몸집이 큰 선수를 제압하는 묘미가 있는 격투기 종목이다. 사진은 국내 국제유도대회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유도는 작은 선수라도 상대의 힘을 이용해 몸집이 큰 선수를 집어 던질 수 있는 스포츠종목이다. 일본 유도 창시자 가노 지고로((嘉納治五郞, 1860-1939)가 ‘부드러운 도’라는 의미로 종목 이름을 지은 것은 이런 종목 특성을 감안한 때문이다. (본 코너 1231회 ‘왜 ‘유도(柔道)’라고 말할까‘ 참조)

유도를 대표하는 기본 정신은 ‘유능제강(柔能制剛)’이라는 말에 담겨 있다. ‘부드러운 것이 능히 강하고 단단한 것을 이긴다'는 뜻이다. 이 말의 어원은 고대 중국 노자의 사상을 기초로 쓰여진 ‘삼략(三略)’에 등장하는 문구이다. ‘유연성(柔軟性)’의 사상을 잘 보여준 노자는 유연하고 약한 것이 살아있는 상태며, 굳고 강하면 실은 죽은 것이라 했다. “사람이 살아 있을 때는 부드럽고 약하지만 죽으면 굳고 강하다. 초목도 살았을 때는 부드럽고 약하지만 죽으면 말라 굳어 버린다. 그리고 유약함은 삶의 현상이요, 굳고 강함은 죽음의 현상이다”라는 노자의 명언이 있다.

인터넷 조선왕조실록을 검색해보면 ‘유능제강’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 것으로 볼 때 일본의 영향으로 이 말이 우리나라로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에 따르면 조선일보 1929년 10월17일자 ‘朝鮮柔道二十年(조선유도이십년) (一(일)) 그名稱由來(명칭유래)의三種說(삼종설)’기사에 이 말이 등장한다.

가노는 ‘강도관 유도’를 창업하면서 원래 주짓수에서 자주 사용하는 이 말을 유도에 접목시켰다. 부드러운 ‘유(柔)’의 이치에서 ‘심신의 힘’을 유효하게 사용하는 원리로 발전시킨 것이다..유도는 초창기 때만해도 ‘유연성’을 강조한 기본 이념에 따라 체급 제한을 두지 않았다. 덩치가 크든 작든 서로 기술로 겨뤄 힘을 압도하도록 한 것이다. 1961년 파리 제3회 세계선수권대회때까지 유도는 체급 구별없이 경기를 가졌다. 이는 가노가 처음 유도를 창시할 때의 기본 정신을 지키려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복싱, 레슬링 등 이미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된 다른 격투기 종목처럼 올림픽 종목이 되기 위해선 체계적인 경기 운영이 필요했다. 체급별 종목으로 분류해 효율적인 경기를 해야한다는 것이었다. 유도는 1964년 도쿄 올림픽부터 처음 정식종목이 됐다. 아시아 스포츠 종목으로 처음 올림픽 정식종목이 된 유도는 도쿄 올림픽에서 남자 68kg 이하, 80kg 이하, 80kg 이상, 무제한급 등 4개 종목으로 시작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7개 제급으로 늘어났으며,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여자 종목이 추가돼 현재 남녀 7개 체급과 혼성전 등 총 15개 세부 종목이 됐다. (본 코너 1238회 ‘유도는 왜 ‘무체급 경기’에서 ‘체급 경기’가 됐나‘ 참조)

현재 일본에선 아직도 체급별 제한이 없이 최고의 유도 고수를 결정하는 대회가 있다. ‘전일본 유도 선수권대회’이다. 이 대회에는 100kg이 넘는 중량급 선수도 참가하지만, 경량급이지만 기술이 뛰어난 선수도 출전한다. 역대 전일본 유도 선수권대회에서 1964년 도쿄 올림픽 중량급에서 금메들을 획득한 오카노(신장 171cm, 체중 80kg)가 두 차례 우승을 차지해 ‘유능제강’의 본보기가 됐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남자 71kg 금메달리스트 코가 치히코(신장 169cm)도 1990년 대회에서 결승까지 진출해 준우승을 한 바 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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