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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스포츠박사 김학수 기자의 월드컵 용어 산책 20] 왜 ‘빌드업(Build-up)’이라고 말할까

2022-12-08 07:03

(도하=연합뉴스) 6일 오전(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974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 한국과 브라질 경기.1-4로 패해 8강 진출에 실패한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서로 격려하고 있다.
(도하=연합뉴스) 6일 오전(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974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 한국과 브라질 경기.1-4로 패해 8강 진출에 실패한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서로 격려하고 있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풍운아’ 이회택 감독이 이끌던 한국은 압박축구를 처음 만났다. 당시는 3-5-2 시스템의 압박축구가 크게 유행하기 시작했다. 수비 중심으로 상대의 공격을 철저히 차단하며 볼을 갖고 있는 선수에겐 밀착수비와 함께 가차없는 태클이 가해졌다. 이탈리아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하프라인도 제대로 넘지 못하고 3전 전패(벨기에 0-2, 스페인 1-3, 우루과이 0-1)로 탈락한 한국은 압박축구라는 새로운 전술을 어깨 너머로 배울 수 있었다.
32년이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파울루 벤투 감독이 사령탑을 맡은 한국은 세계 축구의 새로운 흐름인 ‘빌드업 축구’를 주도적으로 구사하며 강호 포르투갈을 2-1로 꺾고, 우루과이와 0-0 무승부를 기록하며 1승1무1패로 당당히 16강에 진출할 수 있었다. 벤투 감독은 4년간 한국 축구를 맡아 후방에서부터 패스를 통해 점유율을 높여가는 빌드업 축구를 완성했다.

빌드업(Build-up)이라는 영어 숙어로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건축물 같은 무언가를 쌓아 올리는 것이다. 영어용어사전 등에 따르면 1927년 긍정적으로 홍보 이미지를 축적한다는 의미로 쓰였으며,1943년 군사, 건축용어로 무언가를 쌓는다는 의미로 쓰였다. 축구에서는 공을 가지고 팀 동료에게 연결하며 적진으로 나아가 공격하는 일련의 과정 중 기초단계를 의미한다. 한국에서 빌드업은 점유율 축구를 하는 팀들에게 주로 사용하는 용어이다. 하지만 빌드업은 공격을 만들어 가는 모든 방법 자체를 의미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독일 분데스리가 선수 시절 ‘갈색 폭격기’로 이름을 날렸던 차범근 전 해설위원 등의 영향으로 빌드업의 대체어로 '공격 작업'이라는 단어를 쓰기도 한다.

예전엔 공격수들이 압박을 가하지 않고 자기의 위치를 지켰다. 수비수 및 미드필더는 상대방의 공을 뺏은 후 공격을 하기위해 노력했다. 압박축구 시절 미드필더로부터 공격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었다, 지네딘 지단, 루이스 피구, 후안 세바스티안 베론 등 등 이른바 중앙에서 상대방의 압박을 풀며 공격수에게 질 좋은 패스를 찔러주는 플레이메이커들이 득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빌드업 축구는 이런 압박축구를 무너뜨리기 위해 상대방 수비 라인부터 강력한 압박을 펼치며 공격과 패스의 정밀도를 떨어뜨려 볼 탈취를 쉽게 만들고 그에 따라 더욱더 많은 공격 기회를 보장하는 방식으로 등장했다. 빌드업 축구는 승승장구하면서 현재 세계축구의 대세가 됐다.

벤투 감독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독일을 2-0으로 꺾었지만 예선 탈락한 한국 축구를 맡은 뒤 수비에 치중한 채 역습만 노리는 소극적인 경기운영으로는 월드컵에서 승부를 내기가 어렵다고 판단해 빌드업 축구를 오랜 기간 단련시켰다. 한국은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 높은 점유율을 기록해 상당히 빌드업 축구의 효과를 입증했다. 스포츠 전문 통계 회사 옵타에 따르면 한국의 카타르 월드컵 평균 점유율은 48.3%로 나타났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브라질(1-4패)과 9위 포르투갈(2-1승), 14위 우루과이(0-0) 등 강호들을 연달아 상대하면서도 직전 대회(37.3%)보다 점유율이 11% 늘었다. 한국선수들은 파이널서드(상대 진영 3분의 1 지점)로 진입하는 횟수도 경기당 106회에서 168회로 늘며 공격 루트의 다양화를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황인범은 이번 대회에서 가장 많이 뛰고(전 경기 총합 45km), 패스 또한 최다인 243회를 이어주며 빌드업 축구의 중심에 서 있었다.

한국 축구는 이번 대회를 통해 빌드업 축구로 상대와 맞부딪쳐도 전혀 밀리지 않는다는 것을 온몸으로 경험했다. 벤투 감독에게 배운 빌드업 축구는 앞으로 한국 축구가 세계를 향해 발전할 수 있는 동력이 될 것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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