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국토부와 한국주택도시공사(LH)는 11일 오후 서울 노원구 월계동 제이더블유컨벤션웨딩홀 6층에서 '서울 태릉 공공주택지구 전략환경영향평가서 2차 공청회'를 열었다.
노원구 주민들은 공청회를 시작하자마자 태릉CC를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하는 경위를 물으며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노원구에 거주하는 A 씨는 "태릉CC 주택개발사업을 추진한 지 약 1년 6개월이 지났는데 이렇게 급하게 속도를 내는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며 "조선왕릉이라는 문화유산에다 육군사관학교가 자리한 중요한 지역을 굳이 주택을 많이 공급하겠다는 이유로 훼손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주민을 대표해 문화재 관련 발표를 맡은 오경두풍수명리철학회 부회장은 "태릉CC에는 삵, 새매, 하늘다람쥐, 맹꽁이 등 4종의 멸종위기종 2급 야생생물이 서식하고 있는데 특히 맹꽁이는 태릉CC 전역에 서식하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보존해야 한다"며 "LH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 나온 태릉CC 공공주택지구 예정 부지 가운데 98.5%는 생태자연도에서 아직 한번도 분류한적이 없는 미분류지인 데다 제대로 분류하면 반드시 보존해야 하는 생태자연도 1등급 권역"이라고 밝혔다.
오 부회장은 "LH가 국가 공문서인 서울태릉공공주택지구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의 핵심적인 사안인 생태계의 훼손 가능성을 판단하는 근거인 생태자연도 등급을 허위로 작성했기 때문에 허위공문서작성, 허위공문서행사에 대한 법리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며 "국립생태원의 생태자연도 분류는 원도를 보고 판단해야 하는데 태릉CC 사업지를 3등급으로 분류한 것은 사실상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노정민 경동엔지니어링 전무는 "국립생태원에 직접 태릉CC 사업지에 대한 생태자연도와 관련해 질의했는데 개발이 가능한 3등급이라는 회신을 받았다"며 "일부러 급지를 낮추거나 허위로 작성한 것이 아니라 공식적인 절차를 밟으면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두번째 태릉CC 역사 관련 발표를 맡은 주노종 규슈대학교 대학원 경제공학과 박사는 "태릉CC 개발계획을 보고 분노를 금치 못했다"며 "태릉CC 사업지를 역사‧문화‧안보 특구로 설정하는 방안을 문화재청이랑 대통령실에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주 박사에 따르면 국내에는 약 500개의 골프장이 있는데 태릉CC는 1966년 박정희 정권 시절 스포츠 훈련 장소와 군인 체력단련을 위해 골프장으로 조성했다. 국내 1호 골프장인 서울 군자동의 한양CC가 1970년대 어린이 공원으로 개발돼 장소를 경기도 고양시로 옮김에 따라 태릉CC는 실제적으로 국내 1호 골프장이 됐다는게 그의 말이다.
특히 주 박사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조선왕릉 40기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했는데 결정적인 요인이 유교적, 풍수적 전통을 근간으로 한 건축과 조경양식"이라며 "조선왕릉 40기 가운데 태릉CC 사업지에만 11기의 왕릉이 해당하고 있는데 여기에 6800가구에 달하는 아파트를 지으면 세계유산위원회가 세계유산등재를 취소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비판했다.
정부측 발표자로 나선 심완용 국토부 사무관은 "주민들이 우려하는 점과 고민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주민들과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공청회를 열었기 때문에 이를 검토하고 반영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심 사무관은 "공청회에서 발표하지 못한 의견들은 서류로 전달해주면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박환희 서울시의원은 "서울시 입장에서 태릉CC 개발 계획은 불가능하다"며 "문화재 보호, 교통 체증 등 문제가 많기 때문에 추진해서는 안 되는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여론 조사, 교통 관련 조사도 다시 착수하고 서울시 정책간담회도 개최하는 등 서울시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 태릉CC 개발 계획을 중지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공청회는 오후 6시까지 5시간 이상 진행됐다. 주민들은 시간 관계로 기회를 갖지 못한 교통 관련 발표를 하기 위해 공청회를 향후에 연장하는 방식으로 다시 열어줄 것을 건의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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