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이숭용 단장과 이강철 감독이 만나면서 kt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성적이 수직상승하며 처음으로 승률 5할에 턱걸이했다. 5할 승률을 채우고도 포스트시즌에 나서지 못한 6위였다.
그리고 코로나19가 전세계를 휩쓸며 펜데믹으로 이어진 2020년, kt는 사상 처음으로 정규리그 2위에 올라 가을야구에 동참하는 감격을 안았다. 하지만 준플레이오프전에서 LG를 제치고 올라온 3위 두산에게 1승 3패로 허무하게 무너졌다. 최종성적은 3위. 그래도 창단 6년만에 3위라는 성적은 가히 놀랄만한 사건이나 다름없었다.
지난해 정규리그 2위라는 성적에도 불구하고 올시즌 kt를 우승후보로 꼽은 전문가는 아무도 없었다.
홈런, 타점, 장타율, 득점 등 타격 4관왕에 오르며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인 외국인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가 일본으로 떠나고 국내 FA에도 눈을 돌리지 않은 탓에 전력은 오히려 약화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5강에 들면 다행이라는 평가가 주류였다. 시즌을 시작해 2승2패 뒤 삼성과의 대구경기에서 스윕패를 하며 최하위로 떨어졌을 때 전문가들의 예상이 맞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것이 마지막이었다. 초반 10경기부터 키움에 스윕승을 거두며 5연승의 상승세를 탄 뒤 줄곧 상위권을 지켰다. 역대급으로 펼쳐지는 선두권 싸움에서 단 한번도 밀리지 않았다. 6월 25일 대전 한화전에서 승리해 단독 1위에 올라 선 뒤 시즌 막판 4일동안 삼성에게 1위 자리를 내주기는 했지만 마지막까지 1위를 지켜냈다.
삼성과 승리, 패전, 무승부까지 똑같아 정규리그 우승결정전인 타이브레이커까지 치르고 맞은 한국시리즈에서 kt는 지난해 플레이오프전에서 마주쳤던 두산과 다시 맞붙었다.
4연승 우승. 완전 무결한 승리를 일궈냈다. 1985년 삼성의 통합우승으로 한국시리즈가 취소돼 역대 39번째 치른 KBO리그 한국시리즈에서 9번째 나온 4연승 우승기록이다. 더구나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신기원을 이루고 지난해 플레이오프전에서 패배의 아픔을 안겨 주었던 두산을 상대로 한 완벽한 설욕이었다.
kt는 한국시리즈에서 정규리그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 주었다. 한국시리즈라는 큰 경기에서 오히려 자신의 실력을 100% 이상 발휘했다.
1차전 윌리엄 쿠에바스를 비롯해 2차전 소형준, 3차전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 4차전 배제성에 이르기까지 선발투수 4명이 모두 선발승으로 4연승의 주인공이 됐다.
그리고 4게임 모두 다른 타자들이 홈런을 날렸다. 하나같이 알토란같은 홈런들이었다. 배정대 황재균 박경수는 나란히 결승홈런이었고 박경수가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한 4차전에 선발로 2루수를 맡은 신본기는 깜짝 홈런을, 그리고 제라드 호잉은 두산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꺽어버리는 쐐기 홈런을 날렸다.
역대 최단기간에 통합우승의 위업을 이룰 수 있었던 데는 두산의 허를 찌른 이강철 감독의 팀 승리를 위한 냉정한 판단이 한몫을 했음은 물론이다.
반드시 번트를 할 것이라는 상황에서는 강공으로 밀어부치고 시기적절한 치고 달리기 작전을 펴거나 외국인타자인 호잉에게 과감하게 번트 작전을 구사했다.
특히나 정규리그 1위에 오르기까지 운용해 온 필승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복무요원을 마치고 2년만에 복귀해 토종 에이스로 우뚝 선 고영표를 셋업맨으로 돌린 것은 '신의 한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리드 점수 여부에 관계없이 마무리 김재윤은 4경기에 모두 등판시키면서 단 한순간도 두산의 추격에 방심하지 않았다. 1차전에서 리드를 하다 1-1로 동점을 내주기는 했지만 4경기내내 단 한차례도 리드를 빼앗기지 않고 완벽하게 승리를 이끌어 냈다.
이강철 감독은 한국시리즈 엔트리가 30명이나 됐지만 철저하게 믿을 수 있는 선수만 활용한 것도 특별했다.
투수는 선발 4명에 불펜으로 고영표, 김재윤, 조현우, 주권, 박시영만 나왔다. 단 9명으로 한국시리즈 4경기를 끝냈다.
타순도 1차전부터 4차전까지 한번도 바뀌지 않았다. 조용호 황재균 강백호 유한준 호잉 장성우 배정대 박경수 심우준 등 주전 9명에 송민섭 김민혁 신본기가 전부였다. 다만 3차전에서 부상을 당한 2루수 박경수 대신에 4차전에 신본기가 스타팅멤버로 나섰을 뿐이다.
즉 투수와 야수를 합해 21명만으로 한국시리즈를 마쳤다. 나머지 9명은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포함은 되었지만 벤치에서 응원만 했을뿐 한번도 그라운드를 밟아보지 못했다. 우스갯소리로 '우승반지 도둑'이 역대 최다인 9명이나 나오게 된 것이다.
지난해에는 제9단인 NC 다이노스가 2013년 1군에 합류한 뒤 8년만에 통합우승을 했다. 그리고 올해는 제10구단인 kt 위즈가 NC 보다 한해 빠른 7년만에 통합우승의 마법을 부렸다.
잇단 막내구단들의 통합우승이 가져다 준 큰 울림을 기존 구단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한번쯤 진지하게 자신들의 처지를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정태화 마니아타임즈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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