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용어사전에 따르면 마퍼라는 말의 어원은 네프킨(Napkin)을 의미하는 라인터 ‘Mappa’에서 유래했다. 프랑스어 ‘Mappe’를 거쳐 영어로 들어왔다. 15세기 후반 조잡할 실이나 천 등으로 묶어 배 간판에서 청소하는 것을 뜻하는 동사형 단어로 ‘Mop’라는 말을 사용했으며 바닥이나 창문을 청소하는 지금의 의미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1610년부터였다. 마퍼는 동사 ‘Mop’와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 ‘-er’을 붙여진 합성어이다.
국내 프로배구나 대학이상의 성인배구 경기에선 대개 배구를 전문적으로 하는 중고생들이 마퍼를 맡는 경우가 많다. 올림픽이나 국제경기에선 별도의 자원봉사를 뽑아 소정의 교육을 통해 마퍼를 맡도록 한다. 경기 중 선수들의 땀으로 미끄러울 경우 심판의 지시를 받으면 코트를 닦고 작전 타임이나 세트 휴식 중 마대질을 한다. 바닥 걸레질 하는게 궂은 일이지만 배구 경기를 직접 보고 배우거나 유명 선수들을 가까이서 보게 된다는 설레는 마음으로 환한 표정으로 달려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마퍼는 경기를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엄연한 경기진행요원이다. 국제배구연맹(FIVB) 공인 대회는 코트 바닥질을 하는 이들을 공식규칙으로 정해놓았다. 걸레를 가진 마퍼 6명과 수건을 가진 마퍼 2명 등 총 8명으로 청소 작업을 한다. 마퍼도 규칙대로 행동을 해야 한다. 선수들은 마퍼에게 코트를 닦아 달라고 요청할 권리가 없다. 심판만 할 수 있다. 그래서 간혹 선수 중에 유니폼에 수건을 끼고 경기하는 이도 있다. 이것도 관련 룰이 있는데 선수가 직접 천으로 바닥을 닦을 수는 있으나 다 닦을 때까지 심판이 기다려주지 않는다. 알아서 빨리 닦아야 된다는 뜻이다.
마퍼가 필요한 이유는 코트에 땀을 제대로 닦지 않으면 선수가 밟고 미끄러져 부상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공식 경기가 아닌 평가전 등 자체 경기 때는 직접 걸레를 들고 바닥을 닦는 일이 있다.
2016년 리우올림픽 때 한국여자배구 에이스 김연경이 이탈리아와의 평가전에서 후배들을 위해 직접 수건으로 바닥을 닦는 일도 있었다. 김연경이 가벼운 허리 통증으로 코트 밖에서 경기를 지켜보다 직접 걸레를 들고 코트 위에 떨어진 바닥을 닦았다. 후배들이 경기에 집중하기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세계 최고의 공격수로 인정받았던만큼 ‘귀한 몸’이었던 김연경이지만 좀 더 좋은 여건에서 경기를 하도록 스스럼 없는 행동을 보였던 것이다.
김연경의 이런 행동은 다른 선수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쳐 팀분위기에 반영됐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 여자배구가 올림픽 직전 VNL에서 최하위권으로 밀렸다가 전력열세를 딛고 4강 신화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김연경과 같은 선배들이 걸레질 등 솔선수범하는 행동을 보인 것이 뒷받침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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