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 클라시코는 스페인 축구협회에서 공식적으로 쓰는 용어는 아니다. 언론에서 두 팀간의 경기를 부르기 위해서 쓴 말이다. 비록 스페인 프로축구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두 팀간의 경기이지만 국제적으로도 많은 관심을 끌 만큼 오래전부터 세기의 매치로 자리잡았다.
엘 클라시코는 원래 스페인 챔피언십에서 두 팀이 맞붙었을 때만 붙였던 말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UEFA챔피언스리그, 스페인 국왕컵(Copa del Rey, 일명 FA컵) 등 두 팀이 겨루는 경기 모두를 포함하는 것으로 확대됐다.
스페인 축구 자료에 따르면 흥미롭게도 엘 클라시코라는 말을 사용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두 팀간의 라이벌 대결은 1세기가 넘었지만 이 말을 본격적으로 쓰게 된 시기는 2000년대 중반부터였다. 그 이전에는 두 팀간의 경기는 ‘엘 더비(El Derby)’, ‘마드리드-바르사('Madrid-Barca), 또는 바르사-마드리드(Barca-Madrid)’라고 불렀다. 엘 클라시코라는 말은 중남미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래전부터 아르헨티나의 가장 유명한 라이벌 대결인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보카 주니어스(Boca Juniors)와 리버 플레이트(River Plate) 경기를 ‘수퍼클라시코(Superclasico)’라고 부르고 있었다. 모국인 스페인이 한때 식민지였던 중남미에서 이 말을 수입해 사용했다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두 팀간의 경기는 엄밀히 말하면 더비는 아니다. 더비라는 말의 어원은 같은 지역에서 라이벌팀이 벌이는 경기에서 출발했다. (본코너 257 ‘‘맨체스터 더비(Manchester Derby)’의 ‘더비’는 어떻게 생긴 말일까‘ 참조) 두 경기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슈퍼스타 선수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경기라는 점 때문에 늘 주목을 받는다. 마치 미국 프로야구에서 가장 인기있는 뉴욕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 경기처럼 말이다.
두 팀의 라이벌전은 스페인의 국민적 통합보다는 분리주의의 기반을 두고 오랜 역사 속에서 자리를 잡았다. 두 팀의 연고도시인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는 스페인 역사에서 오랜 앙숙관계였다. 스페인의 수도이자 왕실이 있는 마드리드는 보수주의를 대표한다. 이에반해 카탈루니아의 수도인 바르셀로나는 시민을 중시하는 공화주의를 선도하는 지역이다. 두 지역 사이에는 항상 지역 경쟁이 벌어졌다. 카탈루니아는 오랫동안 독립을 위한 싸움도 펼쳤다. 두 도시의 자존심을 나타내는 두 축구클럽의 경쟁은 자연적으로 뜨거운 라이벌 관계가 딜 수 밖에 없는 정치적, 역사적 환경을 갖고 있었다.
엘 클라시코의 역사는 1902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3월 창단한 레알 마드리드와 창단 3년차였던 바르셀로나는 스페인 국왕컵인 코파 델 레이의 전신 코파 데 라 코로나시온에서 1902년 5월 13일 처음으로 맞붙었는데, 이 경기는 바르셀로나가 3대 1로 이겼다고 한다.
두 팀 간의 경쟁은 스페인 내전 중에 심화됐다. 1930년대 내전 당시 나치 지도자 아돌프 히틀러가 지원한 왕당파인 프랑코 장군이 공화당의 중심지인 카탈루니아의 바르셀로나 시민을 대량 학살하며 정권을 잡으면서 두 도시를 대표하는 축구팀의 대결은 더욱 치열해졌다. 바르사의 모토인 ‘Mes Que Un Club(클럽, 그 이상이 되자)’는 단순한 스포츠 이상을 상징하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FC 바르셀로나가 단순한 축구 클럽을 넘어서는 존재라는 것을 웅변적으로 보여준다. 지난 해 10월 기준 두 팀간의 역대 전적은 바르셀로나가 96승97패52무로 1승 뒤져있다.
엘 클라시코는 하나의 국가인 스페인에서 축구팀으로 대표하는 2개팀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이 말은 스페인에서는 축구단의 역사와 전통이 국가 실체보다 더 우선한다는 느낌을 준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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