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디봇 자국이 넓은 데에 공이 떨어지면 좀 낫다. 탈출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잔디 속 맨땅 틈에 공이 박혔다면 이는 최악이다. 한 타를 까먹을 각오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도 골프룰에서 가장 불합리한 규정이 디봇 자국에 빠진 공을 구제할 수 없는 것이라며 불평을 할 정도이다. 디봇은 골퍼들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디봇은 원래 땅에 파인 작은 풀 덩어리나 잔디밭을 의미한다. 골프를 칠 때 많이 생긴다. 골프장은 보통 디봇 자국이 하나없는 잔디밭으로 돼 있다. 완벽하게 다듬어진 골프장 잔디가 이곳 저곳 패인다. 골퍼들이 클럽을 휘두를 때 디봇이 생기는 것이다. 동물의 날카로운 발굽이 밟고 지나간 것처럼 자국이 남는다.
프로골퍼들일수록 디봇 자국을 깊게 판다. 아이언을 깊이 내리 찍는 강력한 샷을 하기 때문이다. 프로골프대회 TV 중계에서 프로들이 뗏장이 떨어져 나가는 샷을 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프로들은 스윙 형태에 따라 다양한 디봇 모양을 만든다. 디봇은 골프 스윙에서 생긴 당연한 결과물이다.
또 축구 선수들이 드리블을 하면서 잔디가 푹푹 파이는 장면도 자주 보게된다. 잔디밭 위에서 클럽을 휘두르고 발로 공을 갖고 놀다보면 디봇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일이다.
디봇이라는 말은 원래 골프의 발상지 스코틀랜드에서 나왔다. 16세기에 속어로 처음 사용됐다고 하는데 정확한 기원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원래 지붕을 이는 재료인 얕은 잔디라는 의미였다. 땅에서 잔디를 잘라 지붕 위에 층층이 쌓아 놓은 것을 디봇이라고 불렀다. 이 말이 골프장에서 골퍼들이 클럽을 사용하면서 생긴 자국으로 사용하게 됐다고 한다. 웹스터 사전에 따르면 1586년 공식 문서에 처음으로 디봇이라는 말이 등장했다. 중세영어 ‘듀바트(Duvat)’가 스코틀랜드 속어 ‘데바트(Devat)’로 불려진 뒤 디봇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골퍼들은 디봇을 '뒷 땅'을 쳐서 생긴 자리라고 말한다. 디봇과 뒷땅이라는 단어가 잘 대비되는 느낌이다. 골프 용어 중에 우리 말로 잘 만들어진 대표적인 말이 뒷땅이라고 생각한다. 프로골퍼들은 자신의 스윙을 점검하기 위해 디봇 자국을 확인하기도 한다. 디봇 자국이 짧고 깊다면 오른손을 너무 많이쓴 것이 아닌가 하며 스윙 자세를 고친다. 프로골퍼들은 대회 중 디봇이 생기면 반드시 그 자리를 잘 메운다. 캐디들의 도움을 받는 경우도 있다. 미국골프장 관리협회에 따르면 디봇을 메우거나 수리를 하면 잔디의 복원력은 크게 높아진다. 디봇의 교체나 수리는 골프장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고 한다.
주말골퍼들도 디봇이 생기면 잘 관리해줘야 한다. 다른 골퍼들을 위해서 자신의 샷으로 인해 생긴 디봇을 메워주는 것은 기본적인 에티켓이다. 자신의 샷으로 생긴 디봇 자국이 다른 이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큰 디봇 자국은 파인 잔디를 그대로 입히면 된다. 작은 디봇자국은 간단한 도구, 마커나 티로도 수리가 가능하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에서 디봇이 생기면 반드시 메우거나 수리를 하고 갈 일이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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