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LPGA투어에서는 렉시 톰슨(22)과 브리타니 랭(31)이 각 1승씩을 거두며 2명의 미국 선수가 도합 2승을 거두는 데 그쳤다.
이는 LPGA의 67년 역사상 미국선수들이 기록한 한 시즌 최소승이기도 하다.
이에 미국 간판 스타들은 세계 랭킹 톱 랭커들이 대거 빠진 시즌 첫 대회 바하마클래식부터 총 출동해 우승 경쟁을 펼쳤고 결국, 브리타니 린시컴(32, 미국)이 시즌 첫 승을 기록하며 기분 좋게 시즌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후 2달 간 우승 소식이 없던 미국 선수들은 지난 4월 치러진 롯데 챔피언십에서 베테랑 크리스티 커(40, 미국)가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실추된 미국팀의 명예를 회복했다. 이어 5월 킹스밀 챔피언십에서 렉시 톰슨(22, 미국)이 승수를 추가하며 지난해 불명예의 기록을 뛰어 넘었다.
또한 7월 2일 막을 내린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는 재미교포 다니엘 강(25, 미국)이 우승을 차지하며 미국팀의 4번 째 승전고를 울렸다.
35개 대회 중 18개 대회가 막을 내렸을 뿐이지만, 자국에서 치러지는 투어치고 미국팀 선수들의 성적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이번 시즌 18개 대회에서 8승을 합작하고 있는 태극낭자군단과 비교하면 더 그렇다.
특히 타국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한국선수들과 달리, 미국이 아닌 타국에서 우승을 차지한 미국선수는 시즌 개막전 우승자 린시컴 뿐이다.
세계 랭킹에서 또한 미국 선수들의 부진을 찾아 볼 수 있다. 세계 랭킹 톱15 중 미국 선수는 단 2명으로 3위 렉시 톰슨, 14위 크리스티 커 만이 상위권에 자리했다.
이 역시도 세계 랭킹 1위 유소연(27), 5위 전인지(23), 7위 박인비(29), 9위 양희영(28), 10위 박성현(24), 11위 김세영(24), 13위 장하나(25), 15위 이미림(26) 등 상위권에 대거 포진한 한국 선수들의 결과에 크게 못 미친다.
사실 미국 선수들의 부진은 근래의 일만이 아니다. 지난 2006년 2월부터 역대 11명의 세계 랭킹 1위 선수 중 미국 선수는 크리스티 커와 스테이시 루이스(32, 미국) 단 두 명뿐이다.
자국 투어에서 자국 선수들이 힘을 못쓰는 가장 큰 이유는 선수층이 얇다는 점이다. 미국 선수들 중 한창 전성기인 20-30대의 뛰어난 여자 골퍼들은 손에 꼽을 만큼 많지 않다. 이는 미국 내에서 취미 생활로 골프를 접할지 언정, 어린 시절부터 직업으로 골프 선수를 선택해 생계를 유지하려는 선수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상금왕 더스틴 존슨(32, 미국)의 상금은 약 936만 달러 한화로 약 108억이었던 반면, LPGA 상금왕 에리야 쭈타누깐(22, 태국)의 상금은 255만 달러, 한화로 약 29억원에 불과했다.
또한 지난해 LPGA 투어에서 활동한 미국 선수 중 가장 높은 상금을 얻은 선수는 브리타니 랭으로 125만 달러, 한화 약 14억 원을 벌었다. 이는 지난해 박성현이 KLPGA 투어에서만 벌어들인 금액과 비슷한 액수다.
더욱이 골프는 종목 특성상 이동거리가 길다. 즉, 체력과 투어 경비, 높은 세계의 벽 등을 고려했을 때 미국 내에서 여자프로골퍼라는 직업은 그다지 매력적이지만은 않다.
두 번째 이유는 한국 선수들의 선전이다. 시즌 2승을 차지한 유소연을 제외한 나머지 6명의 한국 선수들이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한 선수의 독주가 아니라 여러 명의 선수들이 화수분처럼 쏟아져 나와 기선을 제압하고 있다.
한국 선수들의 경우 어린 시절부터 체계적이고 강도 높은 훈련과 큰 시장, 치열한 경쟁 속에서 실력을 쌓았다. 이 때문에 비교적 자유로운 환경에서 골프를 연마해 온 미국 여자 선수들이 섣불리 단단한 한국 선수들의 벽을 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한국뿐만 아니라 한국 여자 골프의 시스템을 뒤쫓고 있는 중국과 태국 등에서 역시 강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들의 활약에 힘입어 펑샨샨(26, 중국) 키즈, 쭈타누깐 키즈 등 아시아 각국의 여자 골프 붐 역시 강하게 일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 미국 여자 프로 골프의 침체기는 쉽게 깨어지지 않을 전망이다./928889@maniareport.com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